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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박넝쿨 유문
 신동훈  | 2008·09·07 05:16 | HIT : 2,561 | VOTE : 209
호박넝쿨 유문(遺文) / 신동훈


연잎이고 싶었습니다
진공묘유의 어둠으로 가만 걸어가
별자리와 그 숨은 뜻 헤아리며 살고 싶었습니다
찬 이슬로 입술 축이고
귀뚜라미 송신음을 정간보와 운지법 따위로 낱낱이 짚어보며
고요한 흔들림에 닿아 수련처럼 살려 했습니다

사립문 나서면 어둔 윤회의 울타리
산 능선 저 편으로 사선 그으며 빛살 사라진 뒤
문득, 덩그러니 남은 눈물이고 말았습니다
더듬이보다 느린 촉수로
모래 땅과 까치밥나무 아래 난 검은 숲길을 걸어
통증도 푸르고 붉게 잠드는 초원까지 왔습니다

혹여, 먼 훗날
황혼 빛깔보다 더 샛노란 호박 잎사귀 숨은 사이로
언뜻 생이 아프도록 만져지거던
유전처럼 쥐고 온 긴 더듬이 넝쿨손 그만 쉬게 하소서
아문 상처 덩어린 못 본체 하시고
다만, 바람이었거니, 풍장으로 흩어지게 하소서


2008. 09. 03  





  
  나는 자꾸 나를 때린다 / 박준영  관리자 10·05·03 3034 18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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